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 위치한 도시로, 고풍스러운 거리, 따사로운 햇살, 라벤더 향기, 그리고 예술가들의 숨결이 가득한 감성적인 도시입니다. 파리나 니스처럼 대도시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프랑스의 진짜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빛의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의 고향으로 유명하며, 그의 작품 속 배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죠. 오늘은 엑상프로방스를 처음 찾는 여행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명소 세 곳, 미라보 거리, 생소뵈르 대성당, 그리고 세잔의 아틀리에를 소개합니다. 이곳들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엑상프로방스의 심장, 미라보 거리에서 시작하는 여행
엑상프로방스의 중심에는 ‘미라보 거리(Cours Mirabeau)’라는 넓고 아름다운 가로수가 펼쳐진 산책로가 있습니다. 도시를 동서로 가르며 뻗은 이 길은 한때 귀족과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사교의 장소였으며, 지금은 여행자와 지역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명소입니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로 길게 이어진 보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좌우로 펼쳐지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유서 깊은 카페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18세기 건축물들과 함께 여전히 운영 중인 ‘레 되(Deux Garçons)’ 같은 전통 카페는 세잔을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드나들던 장소로 유명하죠. 거리 중간중간에는 마르퀴즈 분수, 온수 분수 등 크고 작은 분수들이 도심의 여유를 더해주며, 계절마다 열리는 벼룩시장과 주말 마켓은 지역의 생생한 삶을 체험하게 합니다. 이 거리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엑상프로방스의 역사와 일상을 연결하는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세월을 품은 아름다움, 생소뵈르 대성당
도심 북쪽에 위치한 ‘생소뵈르 대성당(Cathédrale Saint-Sauveur)’은 엑상프로방스의 역사와 종교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로마 시대의 신전 위에 지어진 이 대성당은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재되며 독특한 외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딕, 로마네스크, 바로크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외부 모습은 마치 시간의 층을 보는 듯하며, 내부에 들어서면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웅장한 오르간이 방문객을 압도합니다. 특히 성당 내부에 보존된 고대 세례당과 초창기 기독교 유적은 이곳의 오랜 종교적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조용히 머물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성당 내부는 여행의 빠른 리듬을 잠시 멈추고, 묵상과 힐링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도심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고요한 경건함은 엑상프로방스가 가진 또 다른 깊이이기도 하죠.
폴 세잔의 흔적을 따라, 세잔 아틀리에
엑상프로방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폴 세잔(Paul Cézanne)’입니다. 인상파와 현대 회화의 가교 역할을 한 그는 이 도시에서 태어나, 이 도시를 배경으로 수많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그의 작업실이었던 ‘세잔 아틀리에(Atelier Cézanne)’는 도시 외곽의 언덕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그의 삶과 예술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아틀리에 내부는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가 사용한 물감, 붓, 가구, 정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벽에는 미완성 스케치들이 걸려 있어, 그가 작품에 쏟아부었던 열정과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아틀리에에서 나와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생트 빅투아르 산(Montagne Sainte-Victoire)’이 눈앞에 펼쳐지며 세잔이 왜 이 풍경에 매료되었는지 체감하게 됩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명소입니다.
결론
엑상프로방스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지만, 그 속에 담긴 감성과 역사, 예술의 깊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미라보 거리의 활기, 생소뵈르 대성당의 고요함, 세잔 아틀리에의 창조적 흔적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면서도 이 도시를 하나로 연결해줍니다.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이곳은 프랑스 남부 여행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보석 같은 도시입니다. 진짜 프랑스를 느끼고 싶다면, 엑상프로방스에서의 시간을 추천드립니다. 이곳은 분명,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